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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21 국정원의 잠입실수 VS 말실수
Crisis Comm2011.02.21 10:23
지난 16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잠입했던 신원불명의 3명이 국정원 직원으로 밝혀졌습니다. 남자 2명, 여자1명으로 이뤄진 국정원 팀은 16일 오전 9시 27분경 롯데호텔 19층 인도네시아 특사단 방에 들어가 노트북을 만지다 인도네시아 직원과 맞닥뜨리자 노트북을 돌려주고 자취를 감췄다고 합니다. 이후 이슈가 불거지자 국정원 혹은 정부 측에서 해명하는 내용이 더 논란을 일으킵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0일 "국정원 직원들이 국익(國益)차원에서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협상 전략 등을 파악하려 했던 것", "직원들이 발각된 것은 뜻하지 않은 실수"라고 얘기를 합니다. 이 메시지가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정부 관계자의 말은 개인의 의견이 아닌, 곧 국가의 공식적 입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 고위관계자의 발언은 신중하지 못한 메시지입니다. 또한 논리적으로 메시지가 상충하거나 애매한 표현들도 있습니다.

위 발언에서의 문제는 첫째, '한국은 국익(國益)이 되는 일이라면 다른 국가의 특사단 혹은 외교단의 통제된 공간을 침입하여 정보를 입수하는 활동을 인정한다'는 것, 둘째, '이번 사건은 국가차원에서 벌인 일이 아니라 일부 충성심 높은 직원들이 국익(國益)을 위해 사적으로 벌인 일(Finger Point)'이라는 것, 셋째, '직원들이 발각되지만 않았으면 국가적 차원이든 국정원 직원 개인적 차원이든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겁니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를 두고 "국정원이 T-50(국산 고등 훈련기)을 꼭 수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무리수를 둔 것 같다", "각국의 정보기관들이 다른 나라 대표단이 방문했을 때 고도의 첩보전을 벌이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아니냐", "국정원이 이번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노력한 것으로 안다" 등과 같이 해명을 합니다.

위의 해명을 보면,
첫째, 'T-50을 수출하기 위해 왜 정부와 국방부가 아닌 국정원이 강박관념을 갖고 무리수를 뒀느냐 하는 의문(정부정책에 있어 한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하더라도 '국정원'이 강박관념을 갖고 있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빈약)', 둘째, '각국의 보기관들이 모두 고도의 첩보전을 벌이고 있다는 케케묵은 해명(Finger Point)', 셋째, '국정원이 노력해야 할 것은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사후활동이 아니라 사전에 이번 문제를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한다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국정원은 거의 모든 정황이 사실로 인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21일 <조선일보> 등의 보도내용에 대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 강력히 부인한다"며 특사단 숙소 잠입 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등 국가정보를 다루는 최고기관으로서의 명성을 의심케 하는 기본적 커뮤니케이션 시스템(One Voice)도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사건 처리 과정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사건 발생직후 국내 한 정보기관 관계자가 '특사단이 머물던 방 바로 위층에 자신의 기관 사람이 쓰던 방이 있으며, 그 방에 있는 노트북을 가져오라고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를 했는데, 방을 잘못 알고 특사단 방에 들어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국정원 직원들이 특사단 방에 잠입한 사실은 인정하나 방을 잘못 알아 범한 실수였다는 이해하기 힘든 해명이며 그 과정에서 롯데호텔의 일부공간을 평소 국정원이 빌려 사용하고 있다는 기밀까지 스스로 공개함으로써, 보안의식이 허술하다는 시선까지 받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국가적 망신을 자초했다는 오명과 더 나아가 우리나라 외교활동 이미지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이란 점을 부인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정부가 이번 '인니 특사단 숙소 잠입사건'을 잘 마무리 짓고 이번 일을 계기로 위기관리 혹은 위기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등에 관한 고민과 개선을 실행하길 기대합니다. 
Posted by jjpd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