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sis Comm2009.02.18 11:06
오전에 모 클라이언트 홍보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올해 실행계획이 잡혀 있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의 이슈 중 하나가 실제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당장 다음 주 오전으로 미팅을 잡았다. 미팅 참석자는 해당 사업팀, 홍보팀, 에이전시 위기관리 담당자들로 구성됐다. 

이번 이슈는 그 결론이 잘못날 경우, 그리고 부정적으로 확산될 경우에는 회사에 엄청난 큰 재정적 피해를 입힐 만한 심각한 사안이었다.

클라이언트와 함께 사건 배경, 현재 진행상황, 예상 피해정도, 파급효과, 경쟁사 동향, 루머확산 정도, 사전대비 작업 등에 관해 짧은 의견을 나눈 뒤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사전대비 작업에 착수하던 중 문득 3년전 이 회사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회상해 보았다. 결론은 그 때보다 위기관리 마인드 측면에서, 위기관리 시스템 측면에서 많은 성장을 했다. 물론 더 갖춰야 할 것들이 있지만서도 말이다.

처음 위기관리로 인연을 맺어, 나와 오랫동안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이 회사는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대내외적 위기요소에 둘러 싸여 있었다. 지금도 그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고 늘 폭발직전의 화산과 같다.



위기관리 서비스를 지원하면서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만나 봤지만 '위기관리'에 대한 태도는 저 마다 달랐다. 

'A 환자(클라이언트)'는 상처가 이미 곪을대로 곪아 의사(위기관리 에이전시)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돼 갖고 와서 상처를 치료해 달라고 떼를 쓴다.

경험상 이럴 경우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아서 섣불리 위기관리 서비스를 해 주겠다고 나섰다간 낭패를 보고 만다. 환자는 의사를 능력 없다 탓 하고 의사는 환자가 '병(위기)'에 대해 이해를 제대로 못하고 남 탓만 한다고 생각한다.

'B 환자'는 병이 들면 급하게 의사를 찾아 자신의 의사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에 관해 묻는다. 그 환자는 의사의 치료방안에 대해 설명을 잘 듣곤 곧 연락을 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병원을 떠난다.

그러던 중 다행(?)히 시간이라는 약에 의해 치료가 되자, 언제 병이 있었냐는 듯 의사를 무시하고 연락을 하지 않는다. 모든 경우가 그렇진 않지만 이런 환자는 병이 또 재발하면 같은 일을 되풀이 한다. 의사는 자연스레 이 환자를 포기하는 마음을 갖는다.

'C 환자'는 현재 병이 없지만 앞으로 다가 올 병에 대해 대비하겠다며 종합검진 차원에서 의사를 찾는다. 이렇게 미리 병을 예방하겠다는 차원에서 오는 것은 의사로선 기특한 일이지만, 진료비 등을 이유로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환자가 건강하게 살아서 벌 수 있는 돈에 비하면 그 진료비는 아주 작다. 그런데도 그게 아까워 병을 키우겠다면 의사로서도 더 말릴 수는 없다.

'D 환자'는 의사가 볼 때 가장 최악이다. 자신이 의사라서 자기 몸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준비를 평소에 잘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도 제3의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미처 못 봤던 병도 찾을 수 있고 완벽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의사를 찾는다.

그런데 의뢰를 받은 의사가 'D'의 건강상태를 살펴보니 병이 의외로 많고 엉성한 부분이 있었다. 거기에 대해 조언을 하자 일부 인정을 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자신에 대해 잘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손사래를 친다.

윗 사례 말고도 더 다양한 경우들이 많다.

이런 경우에 비춰보면 오전에 전화를 준 클라이언트는 적어도 상처가 아주 많이 곪았거나, 병이 나으면 의사를 무시하거나, 진료비 걱정을 하거나, 스스로가 위기관리를 잘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회사는 오랫동안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추는데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해 왔다. 심지어 경기불황인 요즘같은 시기에도 다소 예산이 낮춰지긴 했지만 그 투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매년 직원들의 위기관리 마인드를 고취 시키는 워크샵을 진행하고 주기적으로 위기관리 미디어 트레이닝,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각 이슈별로 실행시키고 있다.

이런 투자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이 회사는 위기관리팀이 각 이슈별로 셋업이 됐으며 서로 간의 역할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위기발생 시 짧은 시간 안에 위기관리팀원들에게 연락을 해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논의한다.

클라이언트라서 너무 닭살스럽게 얘기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리고 아직 갖춰야 될 것들이 많이 있지만 이 회사는 분명 매년 성장하고 있다.

이 회사의 가장 큰 성과이자 장점은 위기관리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졌다는 것이 아니라, 위기관리팀원들의 '위기관리 마인드'가 충만하고 완벽한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보통의 회사들이 위기관리의 필요성을 아직 모르거나, 하더라도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고 마는 경우와 비교하면 대단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위기관리는 포토세션처럼 한 번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인 실행과 투자가 필요하다.

그렇게 지속성을 갖고 진행되야 그 효과를 담보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클라이언트의 위기관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도 큰 과제다.

이 회사의 위기관리 시스템 성장과 함께 컨설턴트도 함께 성장함을 느낀다. 클라이언트와 함께 일하면서 그들로부터도 배우는 것이다. 그야말로 'Win-Win'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는 셈이다.

이런 모든 것들이 이뤄지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가 하나 있다. 바로 위기관리에 대한 클라이언트의 '지속적인 관심'이다.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 클라이언트에게 위기관리 컨설턴트로서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

그들의 위기관리에 대한 마인드와 관심이 곧 회사의 미래를 밝게 하는 성장동력이 될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강한 비폭풍 속에 휘말린 방향 잃은 배와 같던 이 회사는 선장, 1등 항해사, 망 담당, 노 담당, 요리 담당, 돛 담당, 청소 담당 등의 역할히 '위기극복'이라는 공통된 목표 아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비폭풍이라는 위기를 뚫고 넓은 바다로 향해 힘차게 항해할 수 있는 배의 원동력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Posted by jjpd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