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sis Comm2009. 2. 9. 15:10


몇 달전 회사 임직원 두 분께서 AE들에게 책 선물을 해 주셨다. 단순한 책 선물이 아니라 AE들의 성격을 나름 파악하셔서 장점을 승화시키고 단점을 보완하라는 의미에서 주신 것들이었다.

내가 받은 책은...


'동사형 인간(Great Activity)'

제목을 보고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감이 왔다. 임직원 두 분께 감사 드리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사실 윗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에 관해 고민이 있던 나였으니 내겐 아주 필요한 책이었던 셈이다.   

저자는 '이기는 습관'으로 대한민국을 신드롬에 빠뜨렸던 전옥표 박사이다. 책의 핵심 메시지는 "어떠한 일에서건 수동적인 자세로 일을 하는 '명사형 인간'이 아닌 실천하고 결과를 이루기 위한 능동적인 '동사형 인간'이 되야 성공한다"는 것이다.

평범해 보이면서도 어려운 얘기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게으른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책 하나에 무한감동을 받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때론 좋은 책에 공감을 하는 횟수는 많아지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좋은 현상이라 생각한다.

책 내용 중에 재미 있는 일화가 있었다.

<가장 심오한 의학상의 비밀>
18세기 네덜란드에 불파페라고 하는 유명한 의사가 있었다. 1738년 그가 80세로 세상을 떠났을 때, 그가 남긴 유산 가운데 책 한 권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책 제목 때문이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심오한 의학상의 비밀-
이 귀중한 보물을 손에 넣은 갑부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 표지를 펼쳤다. 첫 장에는 큰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머리를 차게 하고, 발을 따뜻하게 하고, 몸에 꼭 끼는 것을 피하면 세상의 모든 의사를 비웃을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 두꺼운 책의 나머지는 전부 백지였다.


이 일화를 보면서 '위기관리 매뉴얼'에 관한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금 껏 위기관리 서비스를 해 왔지만 항상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여러 서비스 중 위기관리 매뉴얼에 관한 거였다.

중앙부처,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작성해 봤지만 실제 위기시 아무런 쓸모가 없거나.. 상황에 맞지 않거나.. 비현실적인 것들을 많이 담았던 기억이 있다.

물론 그 매뉴얼을 만들 때 클라이언트의 입김도 많이 작용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정말 쓰임새 있는 형태로 제안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클라이언트의 특성에 따라서도 매뉴얼의 형식이 많이 다른 경우도 있었다. 중앙부처 및 공공기관의 경우, 실제적인 차원에서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기가 편하고.. 모양이 예쁘고.. 두꺼운..' 형태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일부 기업의 경우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고.

그래야 '돈 들인(?)' 티가 났던 것 같다. 내용의 효과성, 충실성 보다는 외형에 치우친 결과라고 할까.. '위기관리 매뉴얼 구축'에 드는 비용이 수천에서 많게는 억 단위까지 하니 쓰임새야 어떻든 내용이 풍성해야 클라이언트도 위에 보고하기 편했을 것이다. 에이전시 입장에서도 무언가 '큰 작업(?)'을 한 것 같고 말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위기관리 매뉴얼은 지양해야 한다. 아니 절대 있어서도 안 된다.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먼지  쌓인 책'이 아니라 오버스럽게 표현해서 '손 때가 묻은 책'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사실 위기관리 매뉴얼을 실무적으로 잘 만들었다고 해도 모든 위기관리팀들이 그 책을 위기 이전에, 위기 중에, 위기 이후에 닳고 닳을 정도로 꺼내 보지는 않는다. 홍보팀도 잘 읽지 않는데 나머지 부서원들이야 더 말 할 것도 없겠다.

적어도 위기관리 매뉴얼이 '존재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면 아주 현실적이고 실무적인 수준에서 만들어져 실제 위기 시, 위기관리팀이 최소한 이용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에 위기상황이 닥치고, 위기관리 담당자가 참고 삼아 위기관리 매뉴얼을 펼쳤는데 위기관리 개념이 어떻고, 몇 분 몇 시간 혹은 몇 일 이내에 완결종료를 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대응방식들이 주~욱 나열돼 있다면 어찌해야 할까?

실제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이 아무것도 없거나 혹은 4분의 1, 5분의 1 밖에 활용할 수 없는 매뉴얼이라면 그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위기관리 매뉴얼의 두께 = 위기관리 매뉴얼의 가치' 라는 등식이 아닌 '위기관리 매뉴얼의 현실성/효과성 = 위기관리 매뉴얼의 가치'라는 인식이 보편화 되야 한다.

개인적으로 그런 면에서 올해는 '걱정의 해'이다. 

기존 '위기관리 매뉴얼 팩'을 넘어서 클라이언트에게 적합한 현실적인 매뉴얼 구성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클라이언트에게 위기관리 매뉴얼이 얇을수록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위기관리 매뉴얼 구축 비용은 그대론데.. 매뉴얼이 볼품 없이 얇아 에이전시가 인하우스 돈을 날로 먹었다는 인식을 주면 안되는데 말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의 내실과 외형을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게 있을까?

등등등등등등등....

고민할게 많다.
Posted by jjpd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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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속적으로 클라이언트와 interaction하면서 여러번 워크샵을 진행하는게 어떨까? 서로의 시각과 시야를 맞추어 가기 위해서...

    2009.02.09 18:02 [ ADDR : EDIT/ DEL : REPLY ]
    • 부사장님도 잘 아시겠지만 현재까지는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클라이언트의 성향에 따라 수용하는 폭이 다르겠지만.. 그 차이를 메꿀 수 있는 장치들도 저희가 찾아서 제안해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009.02.09 18:07 [ ADDR : EDIT/ DEL ]